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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흉 수술 후기, 후유증과 극복 (재발 6번 이상)

by 유성거울 202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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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흉 수술을 총 2번 했고, 수술 이후에도 재발을 6번 이상하며 고통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극복해서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데요. 당시 인터넷으로 기흉과 관련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며 안절부절못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를 떠올리며 기흉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께 참고가 될만한 경험담을 작성합니다.

기흉이란?

기흉은 쉽게 말해 폐에 구멍이 나는 병입니다. 폐를 둘러싼 막이 찢어지면 숨을 쉴 때 폐로 공기가 들어가는데요, 폐로 들어간 공기가 빠지지 않으면 숨 쉬는데 문제가 생기고 나중엔 심장을 누를 수도 있어서 위험합니다. 치료 방법을 몰랐던 과거에는 죽을 수 있는 병이었습니다.

 

교통사고 같은 물리적인 충격으로 기흉이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아마 대부분은 자연 발병일겁니다. 제가 병원에서 본 사람들 대부분 자연 발병이었어요. 왜 멀쩡한 폐에 구멍이 나느냐. 그건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도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성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는 정도만 언급합니다.

첫 발병

저는 지금 31살이고 첫 발병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기흉에 대한 치료 방법이나 수술법 등은 크게 바뀌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 경험도 충분히 참고가 되실 거예요. 

 

당시 집에 걸어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숨이 차더라고요. 뭐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전력질주를 했을 때만큼 숨을 헉헉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기흉 증상입니다. 좀 크게 오면 저 정도로오고, 작게 오면 약간의 어깨나 가슴 통증 등이 옵니다. 그때 진짜 그대로 죽는 줄 알았어요. 제 짧은 인생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워서 안정을 취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차츰 괜찮더라고요?

 

다음날 동네 병원을 갔는데 오른쪽 폐에 기흉이 생겼다고했습니다. 기흉은 꽤 흔한 병이라 엑스레이 촬영이 가능한 동네 병원에서도 진단은 가능합니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으면 폐에 공기가 찬 것이 의사 눈에는 보이거든요. 선생님은 이건 곧장 대학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를 들고 대학 병원으로 갔습니다. 근데 어차피 대학 병원가면 엑스레이 다시 찍어요. 그동안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다시 찍어야 된다고 합니다. 엑스레이상 기흉이 확인되면 바로 흉관삽입술하고 입원해야 합니다. 담에 다시 올게요 그런 거 없어요.

 

흉관삽입술은 갈비뼈 사이로 튜브를 넣어서 폐에 있는 공기를 빼는 것이었어요. 물론 부분 마취를 하고 진행합니다. 이건 교수급에서 안 하고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이 했는데, 아마 레지던트일 겁니다. 

 

입원 후부터는 튜브와 몸이 연결된 채로 며칠 지내야했어요. 3~4일 정도 경과 지켜보고 이 단계에서 폐에 있는 공기가 빠져나갈 수가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수술 없이 퇴원하는 거고 폐에 공기가 잘 안 빠져나간다 싶으면 수술을 하게 됩니다.

 

저는 경과 후에도 차도가 없어서 수술을 했어요. 수술은 전신 마취로 진행됐고, 흉부외과 교수님이 하십니다. 수술명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내시경으로 폐에 있는 공기를 직접 빼내고 구멍이 나있는 곳을 봉합하는 수술이었어요. 아마 다들 이렇게 하실 겁니다. 기흉 때문에 가슴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수술 흉터는 작게 남습니다.

 

수술 후엔 며칠 안 있어서 금방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입원 기간은 일주일 정도였어요. 

재발

첫 수술이 끝나고 한 두 달 정도는 아무런 후유증을 느끼지 못했어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죠. 교수님은 수술을 받고 재발할 확률이 보통 5% 정도로 낮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퇴원 후 몇 달이 안돼서 이번엔 왼쪽 폐에 기흉이 생겼어요.

 

수술한 오른쪽 폐에 기흉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다른 쪽이 생겨도 병원에선 '재발'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폐가 두 개 있다는 건 말로만 들었지, 이때 처음으로 내가 양쪽에 폐가 있구나 하고 온 몸으로 느꼈던 거 같습니다.

 

왼쪽 폐도 동일한 절차를 거쳤고요. 흉관삽관술로는 치료가 안돼서 또 수술을 했습니다.

 

오른쪽과 달리 왼쪽 수술 이후엔 후유증이 있었습니다. 수술받은 쪽의 피부에 감각이 사라졌어요. 어떤 느낌이냐면 팔목을 꽉 잡고 손에 피를 오래 안 통하게 하면 손등에 감각이 사라지는 그런 기분 있잖아요. 만지면 느껴지긴 하는데 잘 느껴지지 않는 그런 감각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이 후유증은 5년 정도 지나고서야 나아진 거 같네요. 사실 지금도 아주 조금은 남아있습니다.

계속되는 재발

왼쪽 폐가 지속적으로 재발을 하면서 고생을 했습니다. 퇴원 후 몇 달 간격으로 기흉에 다시 걸렸거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짧은 기간 안에 3~4번 재발을 했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서도 20대 초반에 2번 정도 재발을 했습니다.

 

재발이 지속되니깐 트라우마가 생기더라고요. 좀만 아프면 기흉인 거 같고,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고, 아니면 안도하는 것의 반복을 꽤 많이 했습니다. 이게 증상이 의심되면 엑스레이 찍어보는 것밖에 방법이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아주 스트레스가 심했죠. 

 

수술을 했는데 같은 폐가 재발하면 병원에서 더 이상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대신 약물 치료를 받았어요. 폐랑 흉관 벽을 밀착시키는? 그런 치료인데요. 간단히 말해 폐에 공기가 들어갈 틈을 막아버리는 거죠. 이거 꽤 괴롭습니다. 튜브로 약물을 흘려보내는데 몇 분 동안 숨쉬기가 힘들어서 엄청 헉헉거려요. 그거 할 때는 지켜보는 엄마도 고역이었죠. 그래도 이 방법으로 치료가 되긴 하더라고요.

담배

담배를 피면 기흉이 재발하나? 이 질문에 제가 만난 흉부외과 의사 분들은 모두 연관성이 높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또 이게 케바케 사바사가 있어서, 주변에 기흉 걸린 친구나 지인 보면 치료하고 담배 다시 잘 태우는 경우 종종 봤거든요. 반면 저는 담배 안 펴도 재발의 연속이었고요. 

 

저도 20살 초반에 기흉이 이제 좀 괜찮아진 거 같아서 담배를 몇 달 핀 적이 있었는데요. 피고 나면 꼭 폐가 저려오는 거 같고 기흉이 재발한 거 같은 그런 공포가 느껴져서 그냥 안 핍니다. 지금 와서 보면 기흉 덕분에 제가 지금도 비흡연자로 살고 있네요. 기흉 수술하고 담배 펴도 되나 하는 분들은 웬만하면 안 피시는 거 추천드려요.

공익근무(사회복부요원)

제가 13년도 군번인데요. 기흉 수술 2번으로 공익근무를 했습니다. 제가 신체검사받을 때 기준은 기흉 수술 1번은 3급으로 현역, 수술 2번은 4급으로 공익이었어요. 재발 횟수는 상관없고, 흉부삽관술 횟수도 상관없고요. 수술이 기준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은 확인 못해봤는데 혹시 궁금한 분은 병무청에 문의해보세요.

극복 방법

지금은 기흉을 극복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특별히 일상생활에 지장 없고요. 심폐지구력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거 같긴 한데, 의사 분들은 기흉과 심폐지구력은 전혀 상관없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이건 뭐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느끼기엔 관련 있는 거 같아요. 특히 약물 치료를 많이 받았던 게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극복 방법은 솔직히 따로 없고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기흉 안 걸리려고 뭘 조심하거나 그러지 마시고요. 그냥 기흉 전처럼 사시면 돼요(이건 의사 선생님들이 해주신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잊고 살게 됩니다. 대신 담배는 꼭 피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기흉의 불이익?

인생 살면서 기흉 수술을 받은 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게 있나 생각을 해보면, 딱히 없어요. 왜냐하면 먼저 말하지 않으면 겉으로는 티가 안 나고요. 저 같은 경우는 공익근무를 했기 때문에 회사 면접에서 종종 물어보긴 했습니다. 기흉 때문이라고 하면 문제 안 삼았어요. 

 

기흉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힘내시고요. 기흉은 그냥 복불복 같아요. 본인이 뭘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니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시고요. 일주일 안에 치료 가능한 병이니까 퇴원 후 평소처럼 일상생활 잘하시면 되겠습니다. 쾌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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